집에서 딱 한 시간을 걸어 바다 근처의 조용한 카페에 왔어요. 버스로 20분이면 오지만 날씨도 좋고 시간도 많으니 싸목싸목 걸어보고 싶었거든요. 중간에 고개를 하나 넘어야 했는데 기억하는 것보다 경사가 가파르더라고요. 뒤에서 야곱이 어쩌고 하는 녹음테이프를 크게 틀고 걷는 사람 때문에 더 빨리 오르다 보니 마스크 뒤로 죽겠다 소리가 절로 나왔어요. 따뜻한 ...
오늘 날씨 어때요? 계신 곳엔 어떤 꽃이 피어있나요? 봄날을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봄타고 있어요. 새해 버프로 1월부터 전속력으로 달렸더니 벌써 11월은 된 것 같은 체력이고요. 다들 새 출발을 이야기하는 와중에 회사를 그만두어 버린 저는 (모두 끝나버렸다) 난 시작도 안 해봤는데...마음을 가다듬어 보다가도 자꾸 힘이 빠져 벌러덩 드러...
정가영을 아십니까. 엥, 내 친군데 너도 걔 알아? 하는 사람이 있고 단편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의 감독 겸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그의 영화를 재생했다가 진절머리 내며 꺼버린 기억에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니까 정가영은 영화감독이고, 자기 작품의 주연 배우이며, 누군가를 진저리 치게 하는 영화를 많이도 찍었다. 나도 '정...
구독자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날이 무지 따뜻해졌네요. 저는 잠시 서울을 떠나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는 벌써 벚꽃이 만개했답니다. 올해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던 프로젝트를 뜻밖에 빨리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선생님들은 영화 어떻게 보세요? 저는 아주 많이 보지는 않는데 무지하게 고르고 골라서 봐요. 어떤 기분에 어떤 영화를 볼지는 ...
<승리호>를 본지 일주일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이제 정말, 아무도 저랑 승리호 얘기를 해 주지 않네요? 그런데 아직도 혼자 구시렁대고 있는 게 실화인가요? 예. 욕을 욕을 바가지로 해 놓고 붙들고 있는 건 그냥 놔 버리기엔 아까운 점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그게 뭘까요. 처음에 아까웠던 건 당연히 김태리 배우의 장 선장이었어요....
‘최애’라는 것도 나름의 계보가 있다. 가장 좋아한다는 뜻의 ‘최애’는 ‘인생 OO’처럼 세상 만물 앞에 붙기 전부터 아이돌 팬덤 안에서 주로 쓰인 개념이다. 여러 팬덤을 거쳐온 전문가들은 어떤 아이돌 그룹을 접하면 습관적으로 최애의 ‘상’을 찾는다. “취향이 소나무”라고 웃으며 말할 수도 있지만 ‘뭘 그렇게까지’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강박이다. 계보에서...
* 영화의 줄거리와 자세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난데없이 이 영화 얘길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피베리 님이 이번 주 보려고 담아둔 영화 목록을 보여주는데 글쎄 <미성년>이 있는 거예요. "<미성년> 안 보셨다고요?" 2019년 4월이었지요. 김윤석이 영화를 만들었다니 뭐 얼마나 잘 만들었나 보자 하는 심보로 영화관에 갔다가 너무 재...
아침 회의가 끝나간다. 대표가 지루한 말씀을 덧붙이며 명절 상여금 봉투를 나눠준다. 본가에 다녀올 교통비보다 적은 액수의 그것을 가방에 챙겨 넣는다. 몇 달 간격으로 퇴사한 직원들의 업무가 폭탄 돌리기처럼 우왕좌왕 오간다. 내 몫의 폭탄을 대강 정리하고 팀장에게 그 유명한 한 마디를 꺼낸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면담 내용이 어쨌건 간에 한 달 뒤의 ...
안녕하세요. 해는 떴지만 바람이 무지 차가운 날이었네요. 저는 이 곳에서 글을 쓰고 있는 서덕복입니다. 2021년이 시작되자마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어요. 복덕방의 파일럿 격이었던 <애비규환> 이야기가 월간 포스타입에 선정되었다는 거예요! 공개된 플랫폼에 긴 글을 올린 것이 난생처음이었던지라 증맬로 손을 덜덜 떨었더랬죠. 하트나 구독을 눌러주...
* 영화의 줄거리와 자세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새해 첫 영화 보셨나요? 저는 니콜 키드먼 주연의 <스텝포드 와이프>를 봤습니다. 첫 음식과 첫 노래에 의미 부여를 많이 했기 때문에 영화는 별 생각 없이 골랐어요. 사실 12월 31일에 보기 시작했는데 절반가량 고구마만 먹다가 이제 사이다가 나오려나? 싶은 부분에서 끊었거든요. 민트색을 좋아하고...
그림: 파랑 @o_la_ee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영화관에 다닐 시절이었어요. 전생 같네요. <윤희에게>가 개봉했고 트위터가 디집어졌습니다. 일본 영화처럼 잔잔한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감상을 미뤘는데요.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이 별 4점에서 5점 사이를 매겨서 결국 기대하며 영화를 보러 갔어요.음... 언제부터 재밌어질까... 입맛만 다시다 돌아온 기...
열 살 무렵이었다. 지역 사회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미술 교실에 잠깐 다녔다. 그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는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같은 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하는 것은 오직 그 날의 몇몇 장면 뿐이다. 그 날 나는 제일 좋아하는 회색 원피스 아래에 빨간색 블라우스를 겹쳐 입었다. 사회복지관은 옆 건물인 장애인복지관과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두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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