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도가 넘는 극열지옥 불가마에서 탈진하여 드러누운 두 사람. 가짜 콧수염을 붙인 남자가 젊은 청년에게 묻는다. 자네는 꿈이 뭔가. 전 꿈이 없어요… 청년이 힘없이 대답한다. 자네가 하고 싶은 걸 하게. 20분은 길지만 인생은 짧아… 모래시계가 박살 나고 콧수염은 꼴까닥 기절하고 의식을 잃어가는 청년의 눈에서 짧은 눈물 한 줄기가 코를 타고 떨어진다. 쭈...
올해 들어 용케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던 맥주와 내친 김에 냉장고에 방치되어 있던 캔 하이볼까지 괜히 꺼내 홀짝이며 괜히 새벽 2시가 넘어서까지 기획서를 썼다. 그럴 일도 아니고, 그럴 퀄리티도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한 희열을 느끼며 노트북을 닫고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조조 영화를 예매해 두었는데… 절대적인 수면 시간이 짧아 피곤이 덕지덕지 묻은 눈으로 씨리...
1. 따삐빠를 머릿속에 넣어둬야 돼. 따삐빠. 머리에 똑같은 보자기를 두르고 똑같은 가운을 입은 노년의 여자 둘이 말했다. 근처에 미용실이 있는지 파마를 하던 중에 오신 것 같았다. 거긴 이 근방에서 찾은 가장 멋진 카페였는데, 나는 서울 할머니들의 스웩을 또 한 번 동경하던 중이었다. 따삐빠... 연신 반복되는 강렬한 된소리에 쓰던 글은 뒷전이고 내 귀는...
2020년 크리스마스이브, 엄마 집 침대에 누워있다가 별안간 컴퓨터 앞에 앉아 글쓰기 모임 모집 글을 만들어 올렸다. 그로부터 2년이 되어가는 오늘까지 근근이 그리고 용케 모임을 운영하며 글을 써왔다. 하루에 한 개씩 찍어내던 때, 주말 동안 세 개를 휘갈기던 때, 꼬박 두 달을 쏟아부어 계절마다 글 모음을 펴내던 때를 지나... 격주에 한 번 겨우 흰 바...
구글 검색창에 '미래에'까지 써넣으면 현재의 두려움이 보인다. 미래에 사라질 직업,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 미래에 생겨날 직업, 미래에 대한 명언, 미래에 대한 불안… 앞의 검색어들은 결국 마지막 검색어로 수렴될지도 모르겠다. '미래에 어떻게 먹고 살까'라는 불안. 언젠가부터 미래, 했을 때 알록달록한 심상을 떠올리지 않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보이고 보...
같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서너 번 찾아가는 일은 실로 오랜만이다. 그건 나의 가장 소중하고 즐거운 취미 중 하나였지만 (어쩐지 창피해 말을 할까말까 하게 되는데…) 2019년 <기생충>을 마지막으로 잠정 중단 중이었다. 그 이후 좋은 영화들도 여럿 있었어도 극장에서 장기간 상영하며 무려 두 시간 가량 (심지어 마스크를 쓰고) 꼼짝없이 앉아있을 만...
첫 문장을 아무렇게나 시작해 본다. 보통 이런 걸 견디지 못한다. 첫 문장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편인데, 오늘의 나는 용인해 주기로 한다. 오늘은 평소와 많이 다른 날이다. 5시 45분에 깨 버렸는데 다시 잠들지 못해서 결국 핸드폰을 집어 들었고, 그런데 어제 하루 종일 핸드폰을 봤더니 지겨워서 이내 몸을 일으켜 양치를 하고 세수는 안 하고 미세먼지를 확...
요즘 나의 평일은 두 가지 여가 활동을 중심으로 굴러간다. 피아노 연습실에 가거나, 클라이밍 센터에 가거나, 클라이밍을 한 뒤 피아노를 치러 간다. 주로 카페와 영화관을 오가던 나의 놀이 역사에서 꽤 파격적인 행보이다. 머리에서 출발한 생각은 언어로 나오는 것이 보통인데, 생각이 팔을 타고 전완근으로 출력되는 공통점 때문인지 나는 종종 볼더링(클라이밍의 일...
밤 열한 시 반. 포장지에 '악마의 쿠키'라고 쓰인 초코 쿠키 하나를 입안 가득 넣었다. 이 한 문장을 다 쓰기도 전에 쿠키는 뱃속으로 사라졌다. 입맛을 다시며 포장을 하나 더 뜯었다. 한 시간 전쯤 잠깐 고민 끝에 생 두부에 후추를 뿌려 먹으면서 한편으로는, 결국 오늘 안에 쿠키 한 통을 다 먹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 변...
3월 들어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씩 당겼다. 해 뜨는 시간이 빨라진 덕도 있지만 알람이 울리기 전에 벽을 타고 올라오는 쿵쾅대는 소리에 깨는 일이 거의 일주일 동안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짧은 아침 요가와 첫 끼 사이에 일정을 하나 끼워 넣었다. 영어 단어 학습서를 공부하는 일이다. 토익 시험 볼 때도 안 샀던, 수능 이후 처음 돈 주고 산, 해설지까지 ...
이번 주의 활력소는 단연코 '바이오 크린콜'이 되시겠다. 월요일과 화요일을 넷플릭스, 유튜브에 절여져 보낸 뒤 불안감과 오염된 기분이 들어서 수요일엔 디톡스를 시도했다. 유튜브 보지 않기. 유튜브를 안 쓸 수는 없기 때문에, 아침 저녁 루틴과 요리, 청소에 전부 유튜브가 필요하다는 건 약간 멈칫하는 지점이지만, 새로고침하며 아무 영상이나 끝없이 보는 일을 ...
오늘은 오늘에 관해서 좀 써야겠다. 어제와 같이 감정 기록장에서 회색 무표정 얼굴을 선택했다. 마음이 불편하다. 1월에도 불편한 건 비슷했지만 그나마 설 연휴까지 압박감 없이 쉬고, 2월에 기운을 차려서 포트폴리오라든지… 그런 준비로 시동을 걸고 3월에 '____'를 해보는 건 어떨까, 라고 일기장에 적었는데 — '취업 준비'라는 단어를 써넣는 것마저 망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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